SAP ERP 클라우드를 도입하려는 회사들의 고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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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KSUG 뉴스레터 :
SAP ERP 클라우드를 도입하려는 회사들의 고민들
2023년 8월 30일(수)
필자의 지인 중에 근래까지 SAP Japan에서 임원으로 일하시던 일본 분이 있는데, 몇 해 전에 독일 출장 중에 만나서 담화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직전이라 그 당시 한국 기업들은 클라우드의 도입을 주저하는 회사가 많던 시절이었지요. 그런데 그때에도 일본에서는 AWS, MS Azure 같은 H/W 인프라로서의 클라우드뿐 아니라 SAP나 Sales Force 등의 퍼블릭 클라우드 SaaS (Software-as-a-Service)도 엄청나게 잘 팔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궁금하던 것이 일본은 원래 전통을 중시해서 도쿄대 법대 변호사가 그만두고 시골 아버지 우동집 물려받으러 가는 것에 박수 치는 나라라고 들어왔잖아요. 그러니 자기 고유의 프로세스를 신주 단지같이 모시는 기업들이 인프라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왜 본인 프로세스를 포기하고 주는 대로 따라야 하는 퍼블릭 클라우드 SaaS를 활발히 도입을 하는 건지 애당초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본인이 잘 본 건지 모르겠지만 경제 현황과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0년이 넘는 불황 속에 일본 기업의 IT 투자가 부족했는데, 문제는 하드웨어들이 수명주기를 다해가고 있으니 물리적으로 교체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하드웨어 기술이나 운영시스템 소프트웨어가 다 바뀌어서 현재 전산실을 운영하고 계신 50대 엔지니어가 신기술을 새로 배워서 운영하기에는 무리라는 것이죠. 그래서 신입 IT 전문 직원을 뽑으려고 하니, 또 지난 20년이 넘는 불황 속에 출생률이 확 줄어서 대학 졸업자 공급 수가 기업의 수요 대비 왕창 줄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IT 직종처럼 현업 Operation이 끝난 밤에 일하고, 주말에 일하고, 명절 때 시스템 Go-Live 해야 하는, 특히나 고된 하드웨어 관련 엔지니어 전공 또는 자원자가 대폭적으로 줄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단 하드웨어 인프라는 AWS나 Azure, GCP와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로 갈 수밖에 없는 거죠.
하드웨어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다음 차례로 구닥다리 어플리케이션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으로 기업의 구미에 맞게 In-house 개발을 하려고 했더니, 이번엔 젊은 JAVA 개발자 100~200명 수배를 해야 하는데 이게 또 안되는 겁니다. 그러니 대체 무슨 대안이 있는지 보다 보니 “프라이빗” 클라우드는 돈 많은 회사들이 도입하고, 예산이 넉넉지 않은 회사들은 할 수 없이 “퍼블릭” 클라우드를 쓰게 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퍼블릭 클라우드인 SaaS도 자기 프로세스를 대충 포기하고 적응해서 쓰다 보니 나름 쓸만하다는 생각이 번져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가 봅니다.
SAP는 이전에는 주로 LoB(Line of Business) 솔루션을 퍼블릭 클라우드 SaaS로 인수/출시해서 활발하게 판매하다가, 올해부터는 Main 솔루션인 ERP도 퍼블릭 클라우드 SaaS를 주력으로 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S/4HANA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버전에 주력하다가 올해부터는 퍼블릭 클라우드 버전을 밀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Customization을 할 수 있는 수준에서 극명하게 차이가 납니다. 퍼블릭은 일반 SaaS처럼 우리 회사 고유의 프로세스를 담기가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들죠. 그러면서 각 기업들은 일본 기업들처럼 고민을 시작합니다. 내 것을 얼마나 고집해야 하고, 그것이 주는 효과가 얼마나 될 것인가에 대해서요. 정리해 보면 S/4HANA의 클라우드 도입을 계획 중인 회사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 비용 : SAP ERP의 클라우드 솔루션 자체의 비용이 높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초기 설정 및 사용자 수 확장과 관련하여 하드웨어 사용료, 운영비 등을 포함해서 기존 운영비와 애플-to-애플 비교가 어려우니, 클라우드 버전의 비용이 더 크게 보일 수 있습니다. 쉬운 예를 하나 들면 기존의 전산실 경비 아저씨 비용은 일반 노무비로 IT 비용에는 집계가 안되고 있었죠. 클라우드로 가면 사라질 비용이지만 비교 대상인 비용 구조에서 빠지게 되죠.
- 맞춤형 통합 : 기존의 IT 인프라나 다른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과의 연결이나 통합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인터페이스 프로그램을 짜서 손쉽게 연결할 수 있었으나 클라우드 버전에서는 전문 PaaS 플랫폼을 사용하여야 하니 그쪽 개발 전문가도 필요하게 됩니다. 특히 SAP ERP를 쓰려면 SAP의 Paas (Platform-as-a-Service)인 BTP (Business Technology Platform)을 별도로 구독해서 BTP가 제공하는 API를 통해 외부 시스템과 인터페이스를 해야 하는 부담이 생깁니다.
- 유연성 : 비록 SAP 클라우드가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더라도, 일부 기업들은 그들의 특별한 요구사항이나 개인화된 필요성을 충족시키기 위한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역시 SAP의 경우에는 SAP의 PaaS인 BTP를 도입해서 그 위에 필요한 기능을 개발을 해야 합니다. 이전에는 SAP ERP 내의 User-Exit을 활용해서 기능을 붙일 수 있었지만 퍼블릭 클라우드는 PaaS를 통해, 그것도 제한적으로 기능을 붙여나갈 수 있습니다.
- 업데이트 및 변경 관리: SAP의 클라우드는 일정 기간에 한 번씩 무조건 업데이트나 시스템 변경을 받아들여야 하는 오버헤드가 있습니다. 클라우드 버전은 보통 핸드폰이 그러한 것처럼 주기적으로 기능이나 에러를 잡기 위한 업그레이드가 있습니다. 핸드폰 같은 간단한 도구들은 영향이 적지만 기업용 어플리케이션은 영향이 큰 부분이 있을 수 있고, 변경에 따른 준비, 적용, 교육이 필요한 부분도 꽤 있습니다. 새로운 것이 별달리 필요 없는 안정된 조직에서는 사용자의 저항이 클 수 있겠지요.
- 훈련 및 지원 :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시스템일 경우, 사용자 훈련이나 지원에 많은 예산과 시간이 투입되어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큰 조직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추가적인 자원을 투입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 보안 고려 사항 :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함에 있어, 데이터 보안 및 준수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내부 반발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점점 많은 기업들이 SAP 클라우드 솔루션의 장점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채택률이 느리지만 우리와 산업 환경이 비슷한 일본에서는 훨씬 빠른 채택 및 확산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한국에서도 기업용 IT, 하드웨어나 어플리케이션에 유입되는 젊은 엔지니어들이 일본처럼 급감하는 것이 예상이 되는 이 시대에는 퍼블릭 클라우드가 가장 현실적인 솔루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각 기업의 특정 상황과 요구사항을 고려하여, 최적의 성능과 효율성을 위해 어플리케이션별로 각기 적합한 전략 및 구현 접근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특히 SaaS의 활용해 대해서는 모든 기업이 마음을 열고 도입을 깊이 고민을 해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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